공학섭 목사(대대교회)

▲ 갈대밭과 갯벌이 있는 순천만습지는 하나님께서 손수 빚은 걸작품이다.

순천만은 하나님이 만드신 정원이다
창조세계 아름다운 원형 그대로 보존 …

하나님 걸작품 지키려면 불편 감수해야

▲ 공학섭 목사(대대교회)

“도시가 아닙니다. 정원입니다.” 이는 순천시의 대표적 홍보 카피의 내용이다. 순천시가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 그리고 동천과 봉화산 둘레길을 연결하여 도시전체를 정원으로 가꾸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발상의 기저에는 순천만이 있다. 순천만 갈대밭 사이를 걷다보면 ‘하늘이 내린 정원’이란 글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글귀를 보는 순간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하늘을 ‘하나님’으로 해석하게 되어 있다. 필자 역시 그 지점을 지날 때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마음으로 이렇게 속삭인다. ‘그래 하나님이 내려주신 정원이란 뜻이야’라고 말이다. 사실이 그렇다. 본디 ‘하늘이 내린 정원’이란 말은 수년전 순천만갈대축제 때 사용했던 부제였다. 그 부제를 결정할 때 필자는 축제위원 마을대표로 참여하여 나름 역할을 했던 추억이 있다.

▲ 순천만국가정원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이다. 아름답지만 하나님의 창조와 비교할 것은 못된다.

필자는 지인들에게 순천만을 안내할 때마다 ‘하늘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애써 해명하기를 즐긴다. 그러던 차에 ‘하나님’이라고 기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마을 안내 간판을 제작할 때 필자에게 권한이 주어졌다. 그래서 우리 마을을 소개할 때 한글로 ‘신이 내린 정원’이라 쓰고 영어로 ‘Garden of God’으로 병기를 했다. 영어로 쓴 이유는 불신자들을 배려하는 뜻이었다.

순천만은 하나님이 만드신 정원이다. 사람이 가꾸거나 조작하지 않았다. 순천만은 하나님께서 공짜로 내려주신 공원이다. 순천만을 만드는데 순천시는 한 푼의 세금도 사용한 일이 없다. 인간의 손이 일체 개입되지 않은 정원이 순천만이다. 갈대를 가꾸거나 갯벌을 조성하기 위해 인간은 어떠한 수고도 한 일이 없다.

공교롭게도 순천에는 사람이 만든 정원이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이 바로 그것이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여 46만평의 논을 메워 인공정원을 조성하였다. 인공정원을 만드는데 당초 예산은 966억이었지만 실제 결산에는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고, 계산되지 않은 비용은 더더욱 많았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심겨진 나무들은 저절로 생겨난 나무들이 아니다. 시민들로부터 기증을 받기도 했지만 이식과정에서 헬기를 동원하는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본래 나무가 서 있던 자리는 휑하니 빈 터가 되어 있을 것을 생각하면 인공정원이란 결국 저쪽 호주머니에서 이쪽 호주머니로 옮기는 일에 불과하다. 다만 한 곳에 좋은 나무를 모아서 함께 본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만든 공원은 조성비용만 아니라 관리하는 비용도 끝이 없다. 그래서 순천시는 국가정원 지정을 요청했고, 결국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을 받았다.

순천에 오는 분들 중에는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여 혼선을 겪는 분들이 있다. 갈대밭과 갯벌이 있는 순천만은 공식명칭을 ‘순천만습지’라고 하고, 순천시가 시비와 국비를 가지고 인공으로 조성한 정원은 ‘순천만국가정원’이라고 한다. 입장료 8000원이면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두 곳을 다 입장할 수 있다.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의 거리는 대략 7km 정도 간격이 있다. 두 곳을 이동할 때 자가용으로는 10분 내로 가능하고, 시내버스로 연결이 되고, ‘스카이큐브’라고 불리는 무인궤도열차도 있다. 스카이큐브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순천문학관역까지 4.6km 구간 왕복 이용료가 8000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정원과 사람이 돈을 들여 만든 정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순천만습지에 있는 원형갈대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순천만습지 홍보물을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그림이 원형갈대의 모습이다. 원형갈대는 순천만의 상징처럼 통용되고 있다. 갯벌 가운데 오륜기처럼 펼쳐져 있는 몇 개의 원형갈대는 하나님께서 손수 빚은 걸작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하나님이 만든 정원이 사람의 손에 지나치게 간섭당하고 있다. 갈대밭 사이에 다리를 세우고, 데크길을 만들었다. 또 갈대밭 사이사이에 간이 휴식처를 만들고, 오두막을 설치하고, 탐조대도 만들어 놓았다. 인공구조물에 의해 자연의 모습이 잠식되어 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관광객 편의 제공에 마음을 쓰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두고두고 후손들에게까지 하나님의 창조 솜씨를 보게 하려면 우리가 지금 더 많이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끝으로 순천시가 캠페인을 하는 ‘한 평 정원 운동’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필자는 순천시가 정원박람회를 마친 후 정원도시를 표방하고 있을 때 “정원도시가 되려면 특정한 한 곳에 정원을 조성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정원도시답게 내 집 앞에 꽃과 나무를 심고 자투리 공간에 작은 정원들을 조성하여 도시 어딜 가든 꽃을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제안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인지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그 후로 시민들에게 집집마다 한 평의 정원을 만들도록 캠페인을 시작했고, 마을 골목의 자투리땅이나 아파트의 여유 공간에 정원 가꾸기로 도시가 들썩이고 있다. 에덴동산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마을 순천만을 보면 어렴풋이 에덴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순천만은 하나님이 만드신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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