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선택한 ‘사모의 길’ 후회없는 발자국 남길래요”
 

 있는 듯 없는 듯, 교회 안에서 조용히 가려져 있는 존재가 목회자 사모다. 사모는 그래야 한다는 인식이 한국교회 안에 공감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사모들은 남모르는 고민들로 아파하고, 외로워한다. 성탄절을 앞두고 성남제일교회(홍정기 목사) 부목사 사모들을 만났다. 한 교회에서 부목사 사모들로 더불어 살아가는 그들에게 궁금했던, 그리고 마음 깊숙이 잠겨 있던 이야기를 들었다. 웃음과 눈물, 감격이 교차하는, 그들의 밝고도 진지한 수다 속으로 들어가 본다.      <편집자 주>

 결혼  박미화 사모(이창근 목사·이하 박미화) : 신학생 때 남편을 만났는데, 당시 남편이 너무멋진 거예요. 그때부터 사모에 대한 소원을 갖게 됐어요. 내가 부족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사모로 살고 싶다고 떼를 썼죠. 결혼하기까지 쉽지는 않았어요. 연애 과정이 힘들 때도 있었고, 잠깐 헤어진 적도 있었어요. 되돌아보면 저는 남편이 목회자라는 것 한 가지만 보고 결혼을 했고, 목회자의 아내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양승현 사모(지의정 목사·이하 양승현) : 청년 때 결혼을 생각하며 기도를 하다가,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고 싶은데, 사모가 그 길인 것도 같다고 막연히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고 저도 자질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신학생을 소개 받았을 때 처음에는 거절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제가 ‘사모감’이라는 말을 많이 해서 부담도 되고, 그러면서 하나님께서는 억지로 시키시는 분이 아닌데, 신학생을 아예 만나보지도 않는 것은 불순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신학생이었던 남편을 만나게 됐어요. 결혼을 생각하면서는 남편에게 정말 사명이 있나를 확인했어요. 왜 목사가 되려 하는지, 왜 신학교에 가게 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봤죠. 그러면서 저에게도 확신이 생겼고, 마음을 열게 됐어요. 남편이 그런 확신을 가졌다면 나도 기꺼이 같이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게 됐죠.

김현숙 사모(최영환 목사·이하 김현숙) : 사모로 서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순교자의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어요. 청년 때 순교자의 삶을 살겠다고 하나님께 약속을 했죠. 아는 오빠가 전도사였는데 신대원 친구 중에 멋진 친구가 있다고 해서 남편을 소개받게 됐어요. 만나서 서로 너무 좋았어요.(웃음) 집에서도 좋아하셨죠. 아버지가 장로님이었는데, 목회자 사위를 맞는 것에 긍정적이셨어요.

 사모  양승헌 : 남편은 사모가 모든 성도의 어머니라는 말을 자주 해요. 비록 나이는 어리고 부목사 사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적인 어머니이기 때문에 무언가 다른 게 있고, 하나님께서 그 무언가를 부여하신다고 이야기를 하죠. 교회에서 같은 연배의 집사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를 의지하고, 기도 부탁을 하곤 해요. 그럴 때면 저분은 제가 어떤 사람인줄 알고 기도 부탁을 하실까 생각해 보곤 하죠. 그러면서 이게 남편이 말하는 사모의 자리구나 느끼게 되요.

박미화 사모
“남편이 가정에서 존중을 받아야 밖에 나가서 교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존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아빠에 대한 존재감이나 가장의 권위를 많이 세워주는 편이죠.”

박미화 : 저는 어릴 때 할머니 밑에서 컸어요. 할머니가 신앙이 깊으신 분이었는데 그분의 신앙을 보고 또 그분이 사모님들에게 하는 것을 보고 자랐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나이에 비해 전통적인 사모상을 가지고 있어요. 교회 안에서 사모는 성도들 위가 아니라 항상 성도들을 섬기는 자리에 있어야 하고, 성도들을 돌보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모들 가운데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자유로운 부분도 중요하지만 옛날 사모들이 가졌던 생각과 방식을 지켜가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어요.

김현숙 : 늘 인자하시고 항상 뒷자리에서 오래도록 기도하시던 모(母)교회 사모님이 생각나요. 그 사모님은 어려울 때도 항상 인내하셨는데, 저 또한 그런 사모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잘 인내하는 사모가 되면 좋겠어요. 또 힘들어 하는 성도들을 만났을 때, 제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한 마디만 건네도 마음이 녹아내릴 수 있는 그런 내공이 있으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사모들의 목소리는 떨렸다. 사모란 단어의 무게 때문일까, 감격 때문일까…. 한 마디 한 마디가 스스로를 향한 다짐인 듯도 했다.

 목사  박미화 : 저희 남편은 성도들이 힘든 일을 당했을 때, 자기가 그 일에 공감은 하지만 제대로 도움을 못 주거나 해결방법을 못 제시했을 때 자주 힘들어해요. 또 토요일 같은 경우 결혼식에 갔다가 바로 장례식에 갔다가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감정들을 다스리는 부분들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슬픔을 감추고 기쁜 장소에 가서 기뻐해야 하니까…. 내색하지는 않지만 그런 부분들을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양승헌 : 저희 남편은 말씀 준비가 잘 안될 때 제일 힘들어해요.(웃음) 예화를 들고 싶은데 어떤 예화를 들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저한테 이야기를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제 이야기를 해주거나 주변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괜찮다며 그것을 쓸 때도 있어요.

 설교  김현숙 : 남편 설교에 처음이나 지금이나 은혜를 많이 받고 있어요. 설교를 마치면 세밀하게 이러이러한 점이 좋았다 말로 표현하려 해요. 주로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하는 편이죠. 그리고 내가 아내가 아니라 일반 성도라면 설교를 듣고 이런 마음이 들었겠다고 피드백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박미화 : 사실 사모가 남편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 이유는 긴장을 하며 설교를 듣기 때문이죠. 혹시 실수를 하지 않을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설교를 듣게 되요. 그렇게 처음에는 긴장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 말씀을 듣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설교 말씀을 잘 풀어가고 있구나 안심이 되고, 저도 은혜 속에 들어가요. 그렇게 설교가 잘 끝나고 나면 문자를 보내요. ‘오늘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 아마 성도들도 동일한 마음일 거다’ 이런 식으로 격려 문자를 보내죠.

 아내  양승현 : 저는 동역자 마인드가 강해요. 아내로서 늘 지혜로워야 한다고 생각을 하죠. 남편이 고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남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말을 해준다든가, ‘나 같으면 이렇게 할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편이죠. 그렇지만 최종결론은 남편이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렇게 ‘당신의 의견에 따르기는 할 거지만 내 의견은 이렇다’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남편이 내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을 하는 것들을 종종 경험하고 있어요. 남편이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하고, 또 남편이 제가 내놓은 의견을 수렴해 어떤 선택을 하고, 그로인해 좋은 결과들이 나오는 것들을 보면서 서로 더 존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현숙 : 돕는 배필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사랑하는 애인처럼, 또 힘들고 지칠 때 엄마처럼 안아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아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남편과 사역을 같이 한다든가 그런 것보다는 곁에서 잘 도와주는 역할이었으면 좋겠어요.

박미화 : 저는 조력자 마인드가 커요. 남편이 사역하는데 있어 가정 일에 많이 신경 쓰지 않고 사역에 집중할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죠.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남편이 가정에서 존중을 받아야 밖에 나가서 교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존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아빠에 대한 존재감이나 가장의 권위를 많이 세워주는 편이죠.

잠언 31장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꼭 들어맞는다 싶었다. 그러다 문득 현숙한 사람은 어느 때 힘들어 할까 궁금해졌다.

 눈물  김현숙 : 사모 초년생 때, 다니던 익숙한 교회를 결혼과 동시에 정리를 하고, 사모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회에 가서 새로운 성도들과 같이 신앙생활 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이 됐어요. 예배를 갈 때도 부담이 되고, 나는 사모로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 염려가 됐죠. 누군가 수업을 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새로운 공동체에 간다는 것이 어려움이었어요.

양승현 사모
“남편이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하고, 또 남편이 제가 내놓은 의견을 수렴해 어떤 선택을 하고, 그로인해 좋은 결과들이 나오는 것들을 보면서 서로 더 존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양승현 : 성도들이 편하게 섬겨주시기도 하고 관심을 가져주시기도 하지만, 군중 속에 고독이랄까, 사모들만이 느끼는 외로움이 있어요. 사역지를 자주 옮기다보니까 새로운 곳에서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것도 그렇고, 성도들과 적정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그런 것들이 외로움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박미화 : 구속 당하지는 않지만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어려움이죠. 누가 우리를 보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는 않지만, 우리 스스로 사모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어떤 선을 지키고, 행동과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그런 생각들이 힘들게 작용할 때가 있죠. 또 아직 어리기도 하고 부목사 사모이다 보니까 성도들의 마음을 다 읽어주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런 연약함이 어려운 부분이죠. 저만 해도 성남제일교회에 온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모든 성도를 다 알지 못해요. 성도들이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마음으로는 감싸주고 따뜻하게 해주고 싶지만 그게 마음만큼 잘 안될 때 힘들죠.

 재물  박미화 : 남편이 20년 가까이 전도사 생활을 했어요. 생활고가 무척 심했죠. 신학교 학부생 때 만났는데, 아이 둘을 낳고도 파트타임 전도사였어요. 아이까지 포함해 네 명이 몇 십 만원으로 살아야했어요. 할 수 없이 제가 일을 따로 해야 했어요. 힘들기도 하고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그런 가운데 하나님께서 은혜도 많이 주셨던 것 같아요.

김현숙 :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범위 안에서 감사하게 살려 해요. 지금은 풍족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양승현 : 저는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하고 있어요. 교사들이나 학부모들 중에 재정적으로 부유한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보니까 만약 내가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내린 결론은 ‘다시 돌아가도 지금의 남편을 선택하겠다’예요. 남편이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않은 귀한 것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재정적인 고민들을 극복해 나가죠.

박미화 : 저 같은 경우는 신혼 초에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어렵게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은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우리 교회 성도들 가운데는 그렇게 부유한 분들이 많지 않아요. 좋은 집, 좋은 차 가진 사람들을 보면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죠. 그러나 하나님께서 저희의 능력 이상으로 좋은 것을 주셨고, 주시고 계시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마음이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담임목회  양승현 : 남편과 오랫동안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하나님께서 보내시면 언제든지 가야한다는 거예요. 그때가 되면 제가 하는 일도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시아버지께서 목사신데, 시부모님 두 분이 항상 함께 다니시는 것을 남편이 보고 자랐어요. 그래서 남편도 늘 저랑 같이 다니길 원해요. 담임목회를 하게 되면 제가 일을 그만 두면 좋겠다는 말도 종종 하죠. 저도 언제든 때가 되면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일은 허락되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 남편이 부르심을 받으면 언제든 제가 따라가야죠.

김현숙 사모
“하나님께 항상 성실하게 반응하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싶어요. 하나님의 시선 앞에 늘 머무는 신앙인이 되고 싶어요. 항상 하나님 앞에 순교자의 삶을 살겠노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김현숙 :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때에 선하게 인도하실 것을 믿고, 남편과 함께 그렇게 기도하고 있어요. 남편이 언제든 결정을 하면 저도 같은 마음일 거예요. 오늘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서 내일도 함께 하실 거라 믿고, 하루하루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미화 : 저희는 때가 임박한 것 같아요.(웃음) 남편이 담임목회에 대한 소망도 있고 준비 중에 있어요. 저는 늘 담임목사 사모에 대한 바람이 있어요. 여러 사모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사모가 되고 싶다 기도하고 있죠. 남편과 같이 교인들을 심방하고, 성도들이 오기 전에 먼저 예배당에 가서 기도하고, 성도들을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남편이 보지 못하는 작고 섬세한 부분들을 살펴서, 그 부분들을 돕고 싶어요.

사모들은 무엇보다 따뜻한 사모가 되고 싶어 했다. 담임목사 사모가 돼서도, 성도들이 사모라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다가가서 뭐든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감사  김현숙 : 제가 남편을 도움으로 인해, 남편이 건강한 모습으로 강단에서 말씀을 선포하고, 그 말씀을 통해 성도들에게 은혜가 흘러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인지 몰라요. 또 교회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데, 훈련을 통해 제가 많이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사역지에서 은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박미화 : 저는 이 순간에도 제가 사모인 것이 감사해요. 저는 어렸을 때 성격이 괴팍하기도 했거든요.(웃음) 하나님에 의해서 온화하게 다듬어지기도 하고, 또 저는 정말 사모가 될 자격이 없지만, 남편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제가 감당하겠다고 서원을 하고 결혼을 한 것이라 그냥 사모인 것이 좋아요. 제가 떼를 쓴 것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 저런 일에 회의도 생길 수 있고, 하나님께 불평을 쏟을 수도 있지만, 제가 간절히 원했던 삶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감내할 수 있고, 하나님께서 감당할 힘을 주시는 것 같아요.

양승현 : 청년 때 제가 예배를 드리고 싶지 않을 때도, 너무 힘든 순간에도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자리에 설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사모가 된 뒤에 갑자기 그 기도가 응답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어릴 때 교회에 데리고 다니기가 어려웠지만 사모이기 때문에 더 그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을 했었고, 더 하나님께 매달리려 노력했었던 것 같아요. 모든 어려움들과 힘든 것들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기도하러 나아가고, 결국 은혜를 받는 자리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 그때 기도제목의 응답인 것 같아요.
사모는 하나님을 가까이서 더 친밀하게 누릴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감사해요. 또 같이 신앙생활을 하는 남자를 만날 거면 이왕이면 함께 신앙에 더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있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어머니와도 늘 하는 이야기지만, 같이 신앙생활을 하기 원하면 목회자 사모도 좋을 것 같아요.

박미화 : 특별히 성남제일교회여서 더 감사한 것이 있어요. 사모 다락방 모임이 있는데, 담임목사님 사모님을 포함해 10명의 사모가 함께 모이는 자리에요. 한 교회에서 목회자 사모들이 함께 모여 마음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 교회는 정말 서로 공감을 하고 하나가 돼요. 교회 행사가 있을 때 사모는 성도 자리에 끼기도 그렇고, 남편 옆에 가 있을 수도 없는데, 그때 사모 다락방이 있으니까 좋아요.

 기도  양승현 : 어렸을 때부터 늘 책상 맡에 써놓은 글귀가 있어요. ‘늘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자’. 아내든, 엄마든, 담임목사 사모가 되든, 어떤 자리에서든 그 말대로만 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친구처럼 만나고 자라왔기 때문에 저의 모든 상황을 낱낱이 하나님께 기도하는 편이예요. 앞으로도 주어진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최선을 다하고, 늘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김현숙 : 하나님께 항상 성실하게 반응하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싶어요. 하나님의 시선 앞에 늘 머무는 신앙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옛날과 마찬가지로 항상 하나님 앞에 순교자의 삶을 살겠노라고 이 시간을 빌어서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박미화 :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사모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매 순간 훈련하는 사모로 살고 싶어요. 로마서 말씀처럼 내 마음 속에서 성령님이 나를 위해 늘 간구하시는 것을 믿고, 저도 하나님의 뜻에 맞춰 살아가려 애쓰다보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모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모로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누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섬기고 있는 성남제일교회 자랑거리를 물었을 때 사모들은 너나없이 미소를 지었다. 누구는 지역 주민을 섬기는 교회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고, 누구는 말씀 중심적이고 훈련하는 교회여서 좋다고 했다. 한 사모는 성도들이 “따뜻해서 좋다”고 했다. 성도들이 아기도 안아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늘 고맙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한 사모는 성도들에게 ‘제가 기도하고 있습니다’ 말 한 마디 건넸을 때, 성도들이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것을 보며 자신 또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고, 섬기는 공동체. 함께 울고 웃으며 하나님나라를 이뤄가는 교회. 주님이 원하시는 그 교회를 사모들은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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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이벤트 ‘사랑의 편지’ 전하다

▲ 사모들은 남편들의 깜짝 이벤트에 소녀처럼 좋아했다. 남편들은 오랜만에 쓰는 편지에 무슨 말을 할까 많이 고민이 됐지만, 한 해를 보내며 아내들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고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현숙·최영환, 양승현·지의정, 박미화·이창근 부부.
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보안이 필요했다. 남편 목사들이 인터뷰 장소에 간다는 것을 사모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 아내들에게 철저히 비밀을 지켜 달라고 남편들에게 몇 번씩 신신당부를 했다.
결과적으로 보안은 잘 지켜졌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가 끝나고, 사모들이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드르륵 문이 열렸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편 목사들이 꽃을 들고 들어섰다. “아!” 사모들은 저마다 기쁨의 탄성을 내뱉었다.

남편들은 수국과 장미, 국화가 어우러진 예쁜 꽃다발을 아내에게 안겼다. 그리고 슬그머니 품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깜짝 방문에 이어 남편 목사들에게 두 번째로 부탁한 크리스마스 이벤트였다. 꽃무늬 편지지에 정성스런 글씨하며, 남편들은 제법 애를 쓴 눈치였다.

오랜만에 쓴 편지이기도 하고, 남들 앞에서 편지를 읽는다는 것이 꽤 쑥스러울 법 했지만, 남편들은 담담히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호탕한 웃음이 인상적인 이창근 목사(박미화 사모)는 “얼마 전 예정보다 빨리 집에 갔을 때 혼자 눈물 흘리고 있는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당신을 안아주는 것 뿐이어서 미안했다”며 남편으로서 느낀 안타깝고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이 목사는 또 “지금 고백하지만 당신을 아내로 맞이한 것이 현실이 아니라 꿈인가 하는 생각에 화들짝 잠에서 깬 적도 있었다”며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고, “쉽지 않은 다짐임을 알지만 우리, 하나님께서 참 기뻐하시는 바로 그 부부가 되고 교회가 되고 부모가 되자”고 고백했다.

내년이면 결혼 10년차가 된다는 지의정 목사(양승현 사모)는 “사역자의 아내로 산다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을 텐데 늘 곁에서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줘서 고맙다”며 아내를 바라봤다. 지 목사는 특별히 “항상 부족한 사람의 설교도 잘 한다고 응원해주고 자존감을 세워주려고 많이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2017년도에 더욱 영적으로 하나님과 친밀한 가정이 되고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나라가 세워지길 소망하며 하루하루 승리하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

“당신 밖에 없는 남편”이라고 자신을 표현한 최영환 목사(김현숙 사모)는 “아무 것도 모르던 전도사 시절, 그래도 당신이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주신 짝인 건 알아서 사정없이 매달려서 결혼했지”라며 연애시절을 회상했다. 최 목사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내에 대한 사랑이 변함 없고, 오히려 “하루만큼 더 알아가고 닮아가는 당신이 더 사랑스럽다”고 고백했다. 이어 “마라나타. 주님 오실 때까지 당신과 함께 잡은 손 놓지 않을게”라며 굳은 다짐도 남겼다.

남편들의 가슴 속 이야기를, 아내들은 한 마디 한 마디 고이 접어 마음에 담았다. 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꽃다발이었다.

제법 분위기가 숙연해졌을 무렵 남편의 고백을 들은 한 아내가 “꼭 그렇게 살아야 해요”라며 꼬집어 말했다. 덕분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창밖으로 어둠이 깊어갔다. 예수님 나신 밤, 구유를 찾아 나선 목자들처럼 아내와 남편은 그 밤 서로를 보며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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