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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특집] 북촌아트홀의 빛나는 12월 무대“가슴시린 시절, 북촌에서 따뜻한 소망 만나세요”

2010년 개관 이래 기독교 가치 담은 창작 공연 고집스럽게 선보여
올 연말에도 <천로역정> 등 준비 “관객들과 감동 함께 나누고 싶어요”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한적한 12월 첫 날의 오후, 공연장으로 향하는 커튼을 젖히자 발성연습을 하고 있는 앳된 얼굴의 여배우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와 잠시 눈인사를 나눈 뒤, 다시 목을 푸는데 열중하는 그녀. 이어 악보를 보며 박자를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다, 심호흡도 한 두 차례 해본다. 누가 보더라도 오디션을 앞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윽고 연출 음악감독 대표가 차례로 등장했다. 잠깐의 담소 후 대표가 “준비 다 됐나요?”라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로 걸음을 옮긴 배우는 그녀의 운명을 쥐고 있는 이들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소 난해한 지정곡을 무난하게 소화한 배우는 연출의 주문에 따라 감정연기도 선보인다. 동작 하나하나 유심하게 지켜보던 대표의 표정을 보니, 이미 ‘오케이’다.

오디션을 마친 후 배우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곳 무대에 꼭 서고 싶어요. 저의 연기를 보고 믿음이 없는 저의 친구들이 변화되길 바랍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는 바삐 돌아간다. 여기 북촌아트홀도 그렇다. 조명이나 무대장치를 손보거나, 때때로 오늘처럼 오디션도 보곤 한다. 내년 2월 뮤지컬 <천로역정> 시즌2를 앞두고 있는 북촌아트홀은 새 얼굴들과 마주하며 12월의 문을 활짝 열었다.

기독작품이 세상과 만나는 출구

현재 북촌아트홀은 존 버니언의 소설을 뮤지컬로 재해석한 <천로역정> 시즌1과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각색한 <날개 잃은 천사>를 공연 중이다. 두 작품은 두 개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고전명작을 원작 삼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둘 다 기독교작품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기독교작품을 공연장에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연장을 주 관객층인 20~40대의 기호에 맞춘 코믹극이나 로맨스극이 점령한 지 오래다. 무엇보다 기독교작품은 돈이 되지 않는 이유로 극장주들이 기피한다. 하지만 북촌아트홀은 애초에 시류를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2010년 6월 개관 이래 북촌아트홀은 줄곧 기독교작품이 세상과 만나는 출구 역할을 맡고 있다. 뮤지컬 <천로역정> 이전에 600회가 넘는 공연을 펼친 연극 <천로역정>을 비롯해 <특별한 손님>, <빌라도의 고백> <비하인드 유> <보석과 여인> <유추프라카치아> 등 기독교작품 또는, 기독교가치를 함의한 작품들이 북촌아트홀을 거쳐 갔다.

기독교작품을 고집하는 까닭을 김창대 대표에게 물으니, 해맑게 웃으며 “크리스천이니까요”라고 답한다. 이어 김 대표는 “공연을 만드는 크리스천으로서, 무대를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마음이 큽니다. 저 말고도 모든 크리스천들에게 동일한 마음이 있을 겁니다. 다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느냐는 차이죠”라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더욱 주목할 점은 북촌아트홀이 무대에 올린 작품 중 다수가 창작극이라는 것이다. 기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보다 창작극을 선보이는 것은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고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촌아트홀을 지탱하는 이들은 창작의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창대 대표와 서은영 연출, 김은지 음악감독이 손을 맞잡고 계속해서 수준 높은 기독교작품을 내놓는다. 기독교가치가 숨 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정작 본인들은 어둡고 험한 길을 걷고 있다.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요. 기독교가치를 담은 작품으로 삭막한 세상을 적시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창작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갈 겁니다.”

믿음과 뚝심으로 버틴 7년

예술가는 여전히 배고픈 직업이다. 하물며 유행이나 돈벌이를 쫓지 않는 예술가들에게 현실은 더 없이 가혹하다. 북촌아트홀도 개관한 이후 매번 고비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대표 입에서 “칼날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올까.

더군다나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최근 국정농단 사태까지, 우리 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이 해마다 터지면서 공연계가 침체기를 맞았다. 대형공연장은 그나마 낫지만, 북촌아트홀 같은 소극장은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피해가 막심하다. <천로역정>을 만든 이들이 작품 속 고난의 길을 실제로 걷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북촌아트홀 식구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이다. 현 정부 들어 하도 큰 사건이 많이 발생하다보니,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맷집마저 단련됐다고 한다. 또한 풍족하지는 않지만, 부족하다 싶으면 채워주는 소소한 기적을 체험하곤 한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를 주신 것처럼 말이다.

3년째 공연 중인 <천로역정> 자체가 북촌아트홀을 일으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대표 연출 음악감독 그리고 배우와 스텝 모두가 작품의 메시지를 곱씹고 기도하며, 완주의 영성을 맛보는 중이다. 아울러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과일을 보내거나 진심 어린 신앙고백을 남긴 관객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고난이 클수록 믿음은 더 커지고 뚝심은 더 좋아졌다. 지난 7년, 북촌아트홀이 버텨온 비결이다.

성탄·송년 북촌아트홀이 반긴다.

겨울 북촌은 꼭 가볼만한 동네다. 창덕궁과 한옥마을이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동네를 휘감고 있으며, 어여쁜 찻집과 음식점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북촌아트홀 등 공연장도 있어 볼거리마저 풍성한 동네다. 그래서일까 연말이면 북촌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욱 늘어난다.
또 지금은 공연계의 대목이 아닌가. 북촌아트홀도 성탄과 송년을 앞두고 한창 관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소극장 사정상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진 못하지만,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독교작품 <천로역정>과 <날개 잃은 천사>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자체가 성탄 선물이 아닐까.

배우들도 연말공연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졌다. <천로역정> 믿음 역에 경훈 씨는 “성탄과 송년에 방문할 관객들에게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겠습니다”라며 힘주어 말했고, 세속현인과 여인을 맡은 혜진 씨는 “성탄이 껴있는 이 달에 정말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관객들을 향해 오라 손짓했다.

김창대 대표와 서은영 연출, 김은지 음악감독도 거들었다. “<천로역정>은 가슴에 메아리치는 뮤지컬입니다. 겨울을 맞아 이보다 따뜻한 작품이 없을 것입니다. 삶이 힘들고 낙담을 할 때 북촌에 와서 믿음과 소망을 만나길 바랍니다.”

정말이다. 북촌에 가면 <천로역정>이 있고, 그 안에 믿음과 소망이 있다. 겨울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을 선사하는 북촌아트홀, 그래서 그곳의 12월 무대가 더욱 기다려진다.
 

“천국 갈 때까지 공연하고 싶습니다”
 북촌아트홀 김창대 대표 “천로역정은 자식 같은 작품”

▲ 북촌아트홀의 버팀목 김창대 대표와 서은영 연출, 김은지 음악감독(오른쪽부터).

분명 연극이나 연출을 전공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창대 대표(51세, 용문교회)를 몇 차례 봐왔지만 순간순간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영락없는 공연기획자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문학도였다고 한다. 그가 공연계에 몸담게 된 과정이 궁금해졌다.

“연극을 정말 좋아했죠. 대학생이 된 후에는 연극을 일주일에 7편 정도를 봤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힘든 걸 알아서 전공을 달리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공연장에서 일하고 있더군요.”

대학 졸업 후 회사도 다니고 사업도 해봤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항상 허전했다.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삶의 만족을 느끼는 지도 의문이었다. 그때 연출이던 아내가 그를 공연계로 이끌어주었다. 어린이전문극단에서 8년간 일했던 김 대표는 2009년 비로소 극단 조이피플을 설립했다. 그리고 2010년에 북촌아트홀을 개관하기에 이른다. 하나 있던 집을 팔면서 펼친 인생모험이었다. 아내는 이해해줬다. 김 대표의 아내는 다름 아닌 <천로역정>의 서은영 연출이다. 부부는 <천로역정> 외에도 북촌아트홀의 거의 모든 작품을 합작하여 무대에 올렸다. 영혼의 파트너, 환상의 콤비가 따로 없다.
“가끔 구박도 받지만, 아내 서은영 연출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아내 덕에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죠.”

김 대표는 <천로역정>을 가리켜 ‘자식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천로역정>으로 음악극과 뮤지컬에 걸쳐 700회의 공연을 했다거나, 수만 명의 관객들을 불러들였다고 그런 것이 아니다.

“<천로역정>은 기도하면서 공연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순간순간 저의 신앙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보는 사람만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도 변화시키는 특별한 작품이 <천로역정>입니다.”

김창대 대표는 인생 작품 <천로역정>을 안고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공연을 할 수 있는 한 계속할 겁니다. 먼저는 대극장에 올릴 계획을 갖고 있고, 더 많은 곳에서 <천로역정>을 공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천국 갈 때까지 <천로역정>을 공연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송상원 기자  knox@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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