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성경, 위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15세기 초 ‘오직 성경’ 외친 위대한 소시민의 타협하지 않는 믿음 담아

▲ 뮤지컬 <더 북>은 루터 이전부터 종교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소시민들의 성경에 대한 목숨 건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여기, 성경을 전하는 대신 성경이 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롤라드’. 15세기 초, 가톨릭이 성경 번역과 전파를 극도로 억압하자 성경 한 권을 통째로 외워 스스로가 성경의 한 부분이 된 이들이다. 15세기 초, 마틴 루터 이전부터 종교개혁의 마중물이 됐던 롤라드의 이야기가 뮤지컬 <더 북>으로 생생하게 살아났다.

문화행동 아트리(대표:김관영 목사)가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작품으로 선택한 <더 북>은 실제 영국 노리치에서 가톨릭의 가르침에 반대하며 목숨까지 걸었던 롤라드가 주인공이다. 롤라드는 성경을 번역하고 전파하다가, 가톨릭의 핍박이 거세지자 아예 성경을 외워 광장에서 크게 암송했다.

그 성경을 사람들이 받아 적으면서 성경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롤라드는 구두수선공, 타일 제조공, 푸줏간 주인 등 평범한 소시민이었지만 가톨릭은 그들을 잡아들여 잔인하게 화형시켰다. 롤라드의 뜻이 ‘독버섯’ ‘중얼거리는 자’라는 뜻이라는 점에서 롤라드에 대한 가톨릭의 분노를 엿볼 수 있다. 이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작품은 롤라드와 그들을 노리는 이단감찰사제의 전쟁을 다룬다.

아트리가 롤라드에 집중한 이유는 사실 롤라드가 루터 이전부터 ‘오직 성경’을 외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표 김관영 목사는 “1517년 루터의 망치소리가 울려 퍼지기 1세기 전부터 롤라드가 있었다. 종교개혁이 단 한 사람의 영웅 덕택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결코 진리와 믿음에 타협하지 않았던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더 북>은 2014년 초연했던 작품을 다듬어 다시 올리는 것이다. 여러 차례 극작회의를 하면서 캐릭터에 변화를 주었고, 넘버들을 추가했다. 연출 겸 배우 윤동권은 “딸 역할 아이린의 캐릭터를 추가하면서 주인공들의 회심의 계기가 자연스러워졌고, 관객들이 감정선을 따라가기 편해졌다. 또한 새로운 넘버를 통해 진리와 복음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우리가 언제든지 읽고 쓰고 암송할 수 있는 성경을 롤라드는 생명처럼 사랑했고 지켰다.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소회도 남달랐다. 롤라드의 수장 윌리엄 역을 연기한 배우 김남주는 “롤라드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이들이 성경을 외운 것은 들켜서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 성경을 전해야 했던 절박함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지금 우리는 성경 한 줄 암송하기도 어려운데 롤라드들이 성경을 통째로 외운 것은 그만큼 말씀을 생명으로 여긴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 성경말씀의 가치를 관객들에게 전하는 통로가 되고자 연습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리는 <더 북>을 무대에 올리면서 또 하나의 도전을 했다. 무려 1년 간 쉼 없이 장기공연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학로 유명 작품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작품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교성이 짙은 뮤지컬을 1년 간 공연한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그러나 하나님이 채워주셨다. 한 달간 극장 대관료를 책임질 12명의 파트너들이 나섰다. <더 북>의 이름 없는 제작자가 될 300롤라드는 계속해서 모집을 진행 중이다.

아트리는 매 공연 후에 열리는 중보기도모임 ‘Under the tree’와 공연이 없는 주일에 대학로 배우들이 찾아올 수 있는 예배까지 준비하면서, 공연 이외에 문화예술인들의 신앙성숙을 위한 일에도 앞장 설 예정이다.

뮤지컬 <더 북>은 2017년 1월 2일부터 12월 30일까지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평일 저녁 8시,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3시와 저녁 7시 공연이다. 티켓은 1월 1만원으로 시작해 매월 2000원씩 상승, 12월에는 3만 2000원이다.(musicalthebook.modoo.at, 010-2648-8255)

아트리 대표 김관영 목사는 “처음 단체생활을 시작했을 때 사실 막막했다. 뭘 먹고 어디서 자는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당면했다. 하지만 역시 하나님께서 돕는 손길들을 많이 붙여주셨다”며 “지금은 ‘하나님께서 자녀들이 배부르게 먹는 것을 좋아하시는 구나’ 느낄 정도로 잘 먹고 잘 지내는 중”이라고 웃었다.

김관영 목사는 천국생활과 같은 아트리의 생활을 자신들만 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학로로 시선을 돌렸다. 변두리 극장에서 작품을 올리면 재정을 절약할 수 있었지만, 대학로 예술인들을 섬겨야 할 책임이 아트리에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로 극장계의 파이를 키우는 것은 물론 ‘Under the tree’와 같은 기도모임, 주일 공연을 쉬고 진행하는 예배 등으로 예술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한다.

“매년 공연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이들이 2000여 명에 달하는데, 그 중 3%만이 공연계로 들어온다. 나머지는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Under the tree’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다. 주일에도 공연하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는 좋지만, 주일 공연을 마치고 방황하는 예술인들이 찾아와 쉼을 얻을 수 있도록 장소를 개방할 것이다. 예술인들이 그 재능을 마음껏 꽃 피우고, 복음의 통로로 건강하게 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