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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22) 제사장은 달랐다! 제사장의 자격과 의무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고난도 성소 직무 수행 제사장, 함부로 울지도 먹지도 못했다

신체조건부터 결혼자격까지 흠이 없는 엄격한 규정 통해 하나님 거룩성 드러내는 책임 강조

▲ 김경열 목사
(총신대 강사)

성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제사장
시므온은 나이가 42세인 제사장이다. 어느 날 그는 나귀를 타는 중에 실수로 떨어졌는데 불행히도 다리가 심하게 부러져 영구히 불구자가 되었다. 신체의 문제로 인해 그는 레위기 규정을 따라 더 이상 제사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규정에 의하면 앞을 보지 못하거나 다리를 절고 손발이 부러진 불구자는 ‘흠’을 지닌 이유로 제사장으로서 성소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한가로이 하루하루 보내던 시므온은 삼촌인 제사장 엘리에셀이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므온은 오래도록 그를 존경했으며 깊은 교분을 나누었으나 그 장례에 참여할 수 없었다. 레위기 규정상 제사장은 직계 가족의 장례만 참여하고 집행할 수 있으며 그 외에는 어떠한 장례식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위기 21~22장은 이러한 제사장의 자격과 의무를 다룬 규정이다. 이것은 제사장이라는 주제로 8~10장과 대칭을 이룬다. 8~10장이 제사장 위임과 더불어 제사장들의 첫 제사와 실패한 제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 21~22장은 제사장의 자격과 준수사항, 그리고 결격사유가 되는 신체적 흠과 그들이 분별해야 하는 짐승의 흠에 관해 다룬다.

제사장의 장례와 결혼 규정
시체는 전염성이 강하므로 장례의 절차를 진행하는 사람들이나 전쟁에서 시체와 접촉한 사람들에게 필연적으로 중대한 오염을 유발했다(민 19:11~22). 따라서 성소의 직무를 위해 구별된 제사장들은 장례식을 집행할 수 없음은 물론 장례에 참여하는 자체가 금지되었다.

다만 일반 제사장들은 직계 가족들의 장례는 치를 수 있었으나(레 21:1~4) 가장 높은 거룩성을 유지해야하는 대제사장에게는 그마저 엄중히 금지되었으며, 심지어 부모의 장례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레 21:10~12). 일반 제사장들의 경우 그의 집안에서 출가한 여자는 이미 다른 집안의 가족이므로 그녀의 장례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직계 가족 중 미혼인 여성들의 장례는 그가 모두 책임져야 했다. 마찬가지로 1~4절에서 제사장의 아내의 장례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시집 온 그녀는 당연히 제사장의 직계 가족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21:4은 해석상의 논란이 있는 구절이다. “제사장은 그의 백성의 어른인즉 자신을 더럽혀 속되게 하지 말지니라”는 문장에서 ‘어른’ 혹은 ‘주인’을 뜻하는 히브리어 바알(baal)은 ‘남편’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에 근거하여 혹자는 남편된 제사장이 자신의 아내의 집안사람의 장례에 관여해서 제사장이 부정케 되는 일이 없도록 금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경우 ‘백성’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암(am) 범위는 아내의 집안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4절은 1절과 평행을 이루는 구절이다. 1절이 제사장이 백성의 장례에 참여하지 말라는 원론적 금지 조항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4절 또한 포괄적인 금지 규정일 것이다. 즉 제사장은 이스라엘 백성의 장례에 관여하거나 참여해선 안 된다. 이때 바알은 ‘남편’보다는 ‘백성의 어른’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이 구절에는 제사장이 백성의 장례에 관여하여 자신을 더럽히면 백성 전체를 더럽히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듯하다.

5~6절 또한 장례 관행과 관련된 규정으로, 레위기 19:27~29과 신명기 14:1의 규정과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장례 때 머리털을 밀고 수염을 깎는 것이 허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스 9:3; 욥 1:20; 렘 7:29; 16:6; 겔 27:31). 하지만 제사장들에게는 직계 가족의 장례를 치를 때에도 이런 두발 모양이 허용되지 않았다. 대제사장들은 금지된 애곡 행위, 곧 옷을 찢고 머리를 푸는(10절) 행위로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해선 안되었으나 일반 제사장이라면 가능했을 것이다. 참고로 “죽은 자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베지 말며 눈썹 사이 이마 위의 털을 밀지 말라”(신 14:1)는 명령에서 금지된 면도 방법은 이방의 관행으로 보인다. 한편, 몸에 상처를 내고 문신하는 애곡 행위는 일반 백성과 제사장 모두에게 허용되지 않았다(렘 41:5; 48:37).

정리하자면, 이스라엘에서는 몸을 베거나 눈썹 사이 이마 위 털을 밀거나, 몸에 상처를 내는(문신) 애곡 행위는 이방 관행으로 전적으로 금지되었다. 반면에 머리털을 밀고(깎고) 그것을 풀고 수염을 깎고 옷을 찢고 베옷을 입으며 재를 머리에 뿌리는 관행은 허용되었다. 일반 제사장은 더 엄격해서 머리털을 밀고 수염을 깎는 것이 금지되었고, 다만 옷을 찢고 머리를 푸는 애곡은 허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제사장은 그 어떤 애곡 행위도 금지되었다. 제사장들에게 적용되는 결혼 규정 역시 엄격했다. 일반 제사장들은 창녀나 이혼녀와 결혼할 수 없었는데(아마 과부는 가능했던 것으로 보ㅇ니다), 또한 그만큼 자신의 딸도 철저히 관리해야 했다(9절). 그러나 대제사장은 반드시 처녀를 아내로 삼아야 했다(7절, 13~14절).
 
제사장의 흠과 짐승의 흠
이어지는 단락은 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가려면 갖추어야 하는 신체적 자격요건에 관한 것이다(레 21:18~20). 흥미롭게도 제사장이 성막 내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만드는 신체적 흠들 12가지(레 21:18~20)와 희생에 부적격한 짐승의 흠들 12가지(레 22:22~24)가 나란히 명시된다. 이 특징들은 지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 수 밖에 없으나 주목해야할 점은 이 중 네 가지 흠만이 제사장과 희생 짐승에게 공통적이고 나머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과 짐승의 생물학적 차이와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제사장과 짐승의 흠의 목록이 각각 12가지인 이유는 아마도 12라는 숫자가 ‘완전성의 의미’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흠들이 굳이 각각 12가지로 제한된다고 볼 필요는 없으며 이 목록을 기준으로 흠의 목록은 더 세부적으로 확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겉으로 볼 때 손상이 되거나 장애를 지니지 않았으나 삐쩍 마른 가축이라면 속병에 걸린 것으로 판단되어 제물에서 제외되었을 것이다. 또한 목록에 없으나 청각 장애가 있거나 손발이 하나 없는 제사장이 고난도의 성소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흠을 가진 모든 짐승은 제물로 바쳐질 수 없었는데, 다만 자원의 화목제의 경우는 더한 지체나 덜한 지체를 가진 짐승이 허용되었다(23절). 자원의 화목제의 규준이 다소 완화된 이유는 아마 그것이 감사할 일이나 서원의 이행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없이 마음에 우러나와  바치는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짐승의 흠이 제사장의 흠에 관한 규정과 나란히 등장하는 것은 구성상 어울리지 않지만 이는 의도적 배치임이 분명하다. 제사장에게는 제물로 희생되는 짐승을 검사할 최종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짐승의 흠의 목록이 제사장 규정에서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제사가 드려지는 성막과 제사를 집행하는 제사장, 그리고 제사에서 바쳐지는 희생 제물 모두 흠 없이 거룩해야 했다. 레위기 21~22장은 흠 없는 짐승을 요구하는 1~7장의 동물 제사 규정과 제사장직의 위임과 그 직무의 자격을 제시하는 8장의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

얼핏 장애인이나 신체에 흠이 있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처럼 보이는 율법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레위기 제사법에 의하면 분명 ‘흠’은 제물로서 큰 결격사유였지만 이는 제사장에게 요구되는 신체 조건을 명시한 것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다. 레위기 21:22~23은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들은 제사장의 직무에서만 배제되었을 뿐, 제사장 가족의 일원으로서 모든 혜택을 동등하게 누렸다. 다만 그들은 성소의 직무에서 배제된다. 다시 말해 모든 제사장 가족들은 백성들이 바친 성물들을 가족 별로 공평히 나누어 가졌던 것이다. 한편, 구약의 훈육은 많은 경우 실물적 교훈과 상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도 동일한 원리에 의해 신체적 흠을 불완전성의 상징으로서 하나님의 거룩에 합당하지 않게 여겼을 뿐이다.

여기에 더해 제사장이 성막 내에서 섬세하고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느라 육체적·정신적 피로에 시달렸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신체적 장애로 인해 자칫 제의적 실수를 할 가능성도 있으니 그들을 직무에서 배제한 것은 일종의 배려일 수 있다. 장애인의 군 입대를 막는 것이 이들에 대한 차별이 아니듯이 장애인에게 제사장의 역할을 맡기지 않았다 해서 이를 차별이라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히 실제적 역할과 흠의 상징성의 문제였다. 물론 신약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약의 교훈을 위해 설정된 이 모든 임시적인 차별의 장벽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 서면 장애와 흠을 지닌 존재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 앞에 담대히 나갈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제사장의 성물 음식 섭취 규정
레위기 22:1~16은 성물을 먹을 수 있는 제사장의 자격에 대한 규정이다. 제사장이 먹는 성물 음식은 지성물과 일반 성물로 나뉘었는데(레 21:22) 아마 여기서 성물이란 제단에 바쳐진 지극히 거룩한 음식을 가리킬 것이다. 몸이 부정케 된 제사장은 성물과 접촉하거나 성물을 먹을 수 없었으며 이 규정을 어기면 ‘제명’당하는 징벌이 뒤따랐다(3~10절). 여기에는 나병 환자, 유출 환자, 시체를 만진 자, 정액이 유출된 자, 기는 짐승의 사체를 만진 자(참조. 레 11:29~31, 41~43), 그리고 오염원에 접촉된 자와 자연사한 짐승이나 찢겨 죽은 짐승의 사체를 먹는 자들이 포함된다.

이런 이유들로 부정을 탄 제사장은 목욕을 한 뒤 저녁까지 기다려야 다시 정결케 된다. 부정한 상태에서 성물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것을 더럽히는 것은 중대한 범죄 행위다(9절). 그러나 이 규정은 부정케 된 제사장이 음식을 전혀 먹을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은 제단에 오르지 않고 성전에 바쳐진 다른 음식 봉헌물들, 예를 들어 추수의 감사 예물과 같은 일반적인 음식은 먹을 수 있었다.

일반인들과 제사장 집의 손님, 제사장이 잠시 고용한 일꾼은 성물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제사장의 종과 그의 자녀들은 제사장의 식구로 간주되어 성물을 먹을 수 있었다(11절). 제사장의 딸이 출가하면 시댁의 일원이 되므로 성물을 먹을 권리를 박탈했으며 혼인 관계가 중단되어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에는 그 권리가 회복되었다(12절). 일반인은 성물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함과 더불어 주어진 추가 지침 한 가지는 실수로 그것을 먹는 경우 이는 성물 침해죄에 속하기에 속건제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때 죄인은 성물에 20%를 더하여 갚고, 이어서 숫양 한 마리를 성소에 바쳐야 했다(14절). 그러나 의도적으로 성물을 먹은 자에게는 그 죄에 합당한 형벌이 주어질 것이다(15절). 이 경우에 해당하는 형벌은 명시되어있지 않으나 성경의 다른 구절에 비추어 볼 때 하나님의 직접 심판에 의한 ‘죽음’이나 ‘제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제사장들의 유념해야할 몇 가지 추가적인 제의 규정들이 주어진다. 먼저 가축의 새끼가 태어나면 칠일 동안 어미와 같이 있게 하고 팔일 째부터는 희생으로 바칠 수 있다(22:27). 이것은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칠일이 지나 팔일 째에 할례를 해야하는 규정과 병행을 이루고 있는데(창 17:12; 21:4; 눅 1:59; 2:21) 짐승의 경우 “어미와 같이 있게 하라”는 요구사항에서 분명히 가축에 대한 인격적 배려가 깃들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인격적 배려는 바로 뒤잇는 규정에서 명백해진다. 암컷 가축을 잡을 때 어미와 새끼를 같은 날에 잡아서는 안된다(28절). 이어지는 규정은 화목제의 고기를 먹는 규정의 반복이다(28~29절). 유독 첫날 고기를 모두 먹어야 했던 감사의 화목제만 나타나는데, 이것은 아마도 감사의 화목제 고기를 자칫 이튿날까지 먹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주기 위함일 것이다. 반면에 다른 화목제 고기들, 즉 서원의 화목제와 자원의 화목제(특별한 감사한 일이 없이 자원해서 감사의 마음으로 바친 화목제)의 경우 이튿날까지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이 중대한 제사장 규정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거룩의 속성을 강조하시고 또한 자신이 이스라엘을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임을 상기시키면서 끝을 맺는다(22: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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