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세상교회를 담임하는 박노진 목사가 시집 <걷는다는 것은>을 최근 발간했다. 시집 발간을 기념해 가진 북 콘서트 장면들.

박노진 목사 시집 <걷는다는 것은> 북 콘서트
힘들지만 아름다운 인생여정 시어로 형상화

이 땅을 살아가는 영혼 담긴 인생이라면 피할 수 없는 질문 하나, ‘인생이란 무엇인가?’
끝없는 사색과 새로운 도전에도 ‘이거다’라는 해답이 쉬이 주어지지 않음은 인생이란 수학처럼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이 생각지도 않은 변수들로 변화무쌍함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걷고 또 걷는다. 그 걸음걸음의 여정에서 비로소 인생을 배워 가는지도 모른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1월의 어느 밤. 대구의 아담한 갤러리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북 콘서트가 열렸다. 북 콘서트의 주인공은 올해 초 <문학의 봄>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대구 온세상교회를 담임하는 박노진 목사였다.

박노진 목사는 올해 3월 ‘밤낚시’라는 시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에 용기를 내어 인생길을 걸으면서 써내려왔던 85편의 시를 엮어 <걷는다는 것은>(민들레피는날 간)이란 시집을 냈다.
이번 북 콘서트는 <걷는다는 것은> 발간을 기념하는 동시에 목사가 아닌 시인이라는 또 하나의 정체성 가진 ‘박노진’을 세상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박노진 목사가 첫 시집의 대표작으로 꼽은 것이 바로 시집 간판인 ‘걷는다는 것은’이다. 잠시 그의 대표시를 감상해 보자.

‘걷는다는 것은’

짐승들은 먹기 위해서 걷고
나는 무거운 삶의 짐을 벗으려 걸었습니다

짐승들은 살기 위해서 걷고
나는 죽고 싶어 걸었습니다

짐승들은 아파서 걷고
나는 아픔을 잊으려고 걸었습니다

나는 끝이 안 보여서 걸었고
서러움을 견딜 수 없어 걸었습니다

나는 참을 수 없어 걸었고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걸었습니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없다면 죽음의 고통이고
죽어야 할 때 죽을 수 없다면 삶의 고통이라는데

나는 고통을 잊으려고 걸었고
죽으려고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죽었고
걸으면서 살았습니다

걷다가 알았습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생과 사를 돌리는 수레바퀴라는 것을
걷는다는 것은 내가 그 길 위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시인 박노진 목사는 이 시를 이렇게 해설한다. “걷는다는 것은 힘들고도 슬픈 인생을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런 삶에서도 오히려 아름다운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아프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걷고 또 걷는 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저자는 시집 발간의 의미를 머리글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깊고도 신비한 여행은 아픔과 눈물과 고통을 수반하였으나 그 여정에서 여러 편의 깨달음을 획득했다. 여기 묶은 시들은 바로 그 파편 같은 깨달음이다. 이제 나는 말한다. 인생의 많은 경험들은 슬퍼야 오래가고 오래 익어서 장엄하다고. 그렇게 갈대처럼 울면서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시집 <걷는다는 것은>에 대해 시인의 스승인 파이데이아 신득렬 원장은 “박노진의 시에 대한 첫 인상은 누구나 쉽게 이해되고 감정이입이 된다는 것이다. 시인이 노래한 대상들은 모두 우리의 삶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것들이다. 예수께서 주변의 백합화, 공중의 새, 무화과나무 등을 보고 놀라운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시인은 일상적이고 친숙한 사물에서 심오한 통찰을 하고 시어로 형상화해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신 원장의 분석처럼 아버지의 의미를 깨달아 쓴 ‘황제 펭귄’이나, 바위에 설녹은 눈을 보며 지은 ‘바위꽃’이며, ‘활’을 소재로 어머니를 형상화한 시들은 박 목사가 교인 심방을 다니면서 통찰한 것들이다. 따라서 박노진 목사의 시는 이 땅의 목회자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노진 목사는 시집 발간에 또 하나의 의미를 담았다. 복음을 모르고 뒤안길 인생을 살아가는 필리핀의 영혼을 섬기는데 시집 수익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역만리 슬프고 아픈 마음을 한아름 안고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울고 아파하면서 인생 공식을 찾고자 하는 목사시인의 유의미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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