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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21) 나누고 베풀라! 건강한 사회를 위한 강령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공동체 화합과 일치 훼손하는 탐욕과 이기심을 비우라

건강한 사회 위해 약자를 보호하며 정의의 왜곡 경고하는 다양한 법과 규정 담고 있어

화목제 고기를 아끼지 마라

▲ 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블레셋이 다시 유다를 침략했다. 헤브론 인근 마을에 살던 조나단은 애국심에 불타 전쟁터로 달려갔다. 전투는 치열했다. 철병거를 앞세워 진격한 블레셋의 공세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패배를 앞둔 절박한 순간, 때 아닌 폭우가 쏟아져 블레셋의 철병거가 무용지물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마침내 유다가 승리했다. 조나단은 무사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귀환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전쟁을 극적으로 승리함으로써 그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나단은 기쁜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께 감사의 표시로 각각 번제의 양과 화목제의 소를 준비해서 성전으로 올라갔다. 양은 번제로 하나님께 바치고, 소는 화목제로 하나님께 바친 뒤 마을 사람들과 잔치를 베풀기 위한 제물이었다. 번제는 전체를 태워 하나님께 드리나, 화목제는 내장 부위의 기름 덩어리와 콩팥, 그리고 간엽을 떼 드리면 되었다. 화목제 규정을 따라 소의 몸통 중에 가슴과 오른쪽 뒷다리는 수고한 제사장의 몫으로 드리고 제사장은 다른 제사장들과 함께 그것을 나누어 먹었다. 나머지 몸통의 고기는 모두 조나단이 가져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잔치를 벌인다.

마을 사람 전체가 화목제의 잔치에 초대되었다. 그날 소를 화목제로 바친 조나단은 그다지 부유하지는 않아 평소 소고기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는 비싼 소고기에 욕심이 발동해 사람들 몰래 왼쪽 뒷다리 둘을 잘라 뒷마당의 선선한 창고에 걸어놓았다. 이로 인해 초대된 사람들의 몫은 크게 줄었다. 평소 여러 사람의 간증이 쏟아지고 고기도 실컷 먹으며 기쁨이 넘쳤던 화목제 잔치와는 사뭇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며칠 후 마을 사람들은 조나단이 갑자기 앓더니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망의 원인으로 그가 화목제물의 고기를 몰래 숨겨 놓아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으며 가족들은 하나님이 제정하신 ‘끊어짐’(제명)의 형벌의 원칙을 따라 가족묘에 그를 묻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로써 그는 영원히 공동체로부터 제명되었다.

레위기 19장에서 왜 화목제 규정이 다시 등장하는가?

접대자 조나단이 화목제 규정을 모르는바가 아니었다. 감사의 화목제 고기는 당일에 모두 먹어야 하고 식탁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정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고기 욕심에 눈이 멀어 뒷다리 둘을 몰래 감춰놓은 것이다. 만일 이 고기를 당일에 먹지 않고 다음날 먹는다면 율법은 이에 대해 매우 엄중한 ‘끊어짐’(제명)의 형벌을 경고한다(레 7:21). 이틀간 먹을 수 있었던 서원과 자원의 화목제와 달리 감사의 화목제의 유통기한은 하루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레 7:15~18). 하나님께서는 만일 사람들이 실컷 먹고도 고기가 남게 되면 정한 날짜가 지난 그 고기는 모두 태워서 없애라 하셨다(레 7:19).

묘하게도 이 규칙이 레위기 19장에서 다시 등장한다(5~8절). 다시 한번 화목제 고기 유통기한의 준수가 강조되고 있으며 제명의 형벌이 경고되는 것이다. 레위기 19장에 화목제 규정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매우 생뚱맞아 보인다. 왜냐하면 레위기 19장에 나열된 수 많은 법들은 대체로 윤리법들과 약자 보호법, 그리고 사회 정의와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레위기 18장과 20장의 가족 보호법 사이에 끼인 19장은 대체로 동포 이웃과의 조화로운 공동체적 삶을 지시하는 사회윤리법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목제 고기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라는 강조를 위함이다. 즉, 이 화목제 규정은 공동체의 화합과 일치에 찬물을 끼얹는 탐심과 욕심을 버리라는 명령이다.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법들: 레위기 19장

레위기 19장의 법들은 대체로 인권과 관련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19장에는 다양한 약자 보호법과 더불어 거짓과 불의한 상거래, 그리고 정의의 왜곡을 경고하는 법들이 나타난다. 가난한 사람들과 외국인 거류민(나그네)을 위해 밭과 과수원의 작물 중 일부는 거두지 말고 남겨두어야 한다(9~10절). 이웃을 억압하지도, 착취하지도 말며 품꾼의 삯을 아침까지 주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하며(13절), 장애인을 잘 보살피고(14절) 나그네(거류민)를 학대하거나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34절). 또한 사회적 정의를 위해 도둑질 및 거짓말(11절), 상거래 과정의 속임수(36절), 그리고 재판의 왜곡과 무고한 피흘림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15~16절).

보다 적극적으로는 원수를 갚지 말고 이웃과 동포를 자신과 같이 사랑할 것이며(17절) 어르신들을 잘 공경할 것을 권면한다(32절). 공동체에 대한 이러한 배려는 자연의 지평으로 확대되어 과실수를 심을 때 탐욕에 가득 차 아직 어린 나무로부터 열매를 훑어내지 말 것을 명령한다(23~25절). 더불어 사람들을 현혹하여 공동체의 신앙적 정체성을 혼란케 하는 사악한 이교적 관행들, 즉 점술과 마법을 금지하고 이방의 가증한 장례 문화나 딸에게 매춘행위를 시키는 것과 같은 음란한 사회적 관행을 금지한다(26~29절). 오히려 백성들은 그런 이방의 종교와 관행들을 거부하고 여호와 예배를 위해 지정된 때(안식일)와 장소(성소)를 잘 지켜야 한다(30절).
그러나 이러한 레위기 19장의 법들은 체계나 통일성 없이 무작위로 나열된 것처럼 보이므로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법들의 논리적 연결성과 구조성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당장에 학자들이 찾아낸 것은 레위기 19장이 십계명을 토대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장에서 안식일 준수와 우상 숭배 금지가 가장 선두에 등장하는 등, 19장은 십계명 중 대부분을 언급하며 그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의를 확장한다. 이런 점에서 레위기 19장은 십계명의 주석이라 볼 수 있다. 19장을 자세히 살피면, 우리는 이 장에 제1계명부터 제10계명에 이르는 십계명 전체가 흩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우리는 레위기 19장을 둘러싸고 있는 18장과 20장은 가족 보호법으로 볼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것들은 윤리법들이다. 19장도 마찬가지로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사회 윤리법들로 구성된다. 물론 엄밀하게 보면 19장이 윤리 규정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의식법으로 볼 수 있는 화목제물의 고기를 먹는 기일 준수의 요구(5~8절), 3년간 과실수 열매의 수확 금지(23~25절) 등 몇 가지 제의법들(ritual laws)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18~20장 전체를 윤리법의 목록으로 보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의법들 또한 윤리적 목적을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대로 화목제 고기를 즉시 나누지 않고 보관하다 상하게 하는 것은 탐욕의 죄라 할 수 있다. 이어지는 9~10절은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를 위해 추수 때 논밭의 이삭과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를 줍지 말라는 명령인데, 이런 문맥을 고려해 볼 때 화목제 고기에 대한 경고는 분명히 고기를 아낌없이 나누라는 의도일 것이다. 이것이 공동체의 선을 도모하고 공동체가 한 몸, 한 가족으로 세워지게 한다. 한편 3년간의 과실수 수확 금지에는 자연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의도, 나아가 생태학적·윤리적 교훈이 묻어있다. 4년째 과일은 수확해서 성전에 바치고 백성들은 5년째 과일부터 즐길 수 있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만일 어린 과실수를 일찍부터 훑어내면 부실한 과실수가 되어 결국 공동체 전체의 손해를 초래할 것이다. 레위기 18장에서 월경 중인 아내와 동침하지 말라는 명령(19절)도 아내에 대한 인격적 존중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고 또한 지나친 성적 욕망의 통제와 절제를 위함일 수 있다. 레위기 18~20장 전체의 법의 취지는 이와 같이 윤리적 목적에 경도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분명히 순수하게 의식적인 것으로 보이는 규정들도 나타난다. 백성들은 여호와의 거룩을 훼손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거룩한 것은 정결해야하므로 그들은 가축의 이종교배를 금지하고 밭에 두 종류의 씨를 뿌리거나 두 종류의 옷감으로 옷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질적인 것들의 ‘혼합’은 금지된다(19절). 또한 백성들은 머리를 둥글게 깎거나 수염 끝을 잘라서는 안 된다(27절). 정통 유대교 신자들은 오늘날에도 이러한 머리모양을 고수한다. 아마 이런 두발 규정은 이어지는 28절 장례에서의 애곡에 대한 규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은 평소에 장례식을 연상케 하는 머리를 해서는 안 된다(욥 1:20; 렘 7:29; 겔 27:31). 또한 죽은 자를 위해 하나님의 창조물인 자기 몸을 해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베거나 몸에 문신을 새겨서는 안 된다(레 19:28; 참조. 신 14:1). 이것들은 이방의 장례식에서 실천된 제의적 관행들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들도 하나님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드는 동성애나 수간을 금지하는 것처럼 본질상 이방과의 구별을 위한 윤리적 지침으로 경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신을 새기거나 칼로 베는 등, 하나님의 주신 몸을 학대하는 것도 비윤리적이라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거룩한 삶은 사회 정의 및 이웃 사랑과 깊은 관련이 있다. 거룩은 사랑 안에서 구체적인 실제로 표현되어야 한다. 거룩한 백성은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아버지가 온전한 것처럼 너희도 온전하라고 말씀하시며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이 자녀의 삶이라 하셨다. 온전함은 거룩의 핵심적 개념이다. 거룩한 삶이란 만인을 사랑하는 삶이다. 신약은 그것을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 눅 6:31)는 황금률로 규정했다. 거룩한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이웃을 돕는 자가 되어야 한다. 레위기 19장에 가득 찬 사회 정의와 인권을 위한 법에서 확인되듯이 하나님 백성된 고용주는 회사원들의 복지를 돌보고 넉넉한 임금을 지불하여 최저 생계를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하며(엡 6:9; 골 4:1; 딤 6:2) 또한 노동자는 최선을 다해 고용주와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하며(엡 6:5; 골 3:22; 딤 6:1; 딛 2:9) 다른 사람의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돌보아야 한다(빌 2:4).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웃을 보살피기 위해 폭압적 불의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장애인, 소외된 사람을 돕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탐욕과 이기심을 극복하는 삶이다.

자비로운 추수법을 통해 본 약자 보호법

레위기 19장 9~10절은 자비로운 추수 규정이다. 이 법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밭모퉁이의 곡식을 추수하지 말라고 권하면서 나아가 바닥에 떨어진 이삭들을 줍지 말고 남겨둘 것을 명령한다. 또한 이 법은 과실수를 일차 수확 후 남은 과일까지 샅샅이 거두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금지한다. 과실수는 따고 남은 것이 있는가 하면, 수확 중에 바닥에 떨어진 것도 있다. 농장주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이것들을 다시 훑어가는 탐욕을 부려선 안된다. 율법은 이삭과 과일을 얼마나 남겨둬야 하는지 명시하고 있지 않다. 율법은 사랑과 자비의 자발적 실천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법은 개개인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능동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비심이 충만했던 사람은 관례적 기준보다 몇 배나 많은 이삭을 떨어트려 놓거나 모퉁이에도 많은 곡식을 남겨 놓았을 것이다. 룻기에서 성실한 룻의 모습을 본 보아스는 일꾼들에게 곡식 다발에서 일부러 뽑아낸 곡식을 바닥에 많이 흘려놓으라는 지시를 내린다(룻 2:15~16). 주인은 밭에 이삭을 넉넉히 남겨둘 뿐 아니라 낫질을 하지 않는 모퉁이 구역을 넓게 산정하며 가지에 많은 포도송이를 남겨두는 자비심을 품어야 한다.

자비로운 추수법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 법이 곡식과 포도원의 포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다양한 재산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특히 소, 양, 염소와 같은 가축을 많이 길렀고, 무화과나무나 감람나무와 같은 여러 가지 과실수도 길렀다. 그들은 전 재산에 이 같은 율법을 적용하여 자선과 구제를 위해 가난한 자들을 상대로 나눔을 실천해야 했을 것이다. 이때도 율법은 단지 권장사항일 뿐 개인이 율법을 지키지 않거나 교묘히 악용한다 해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마땅치 않았다.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법과 제도라 해도 인간이 마음으로 순종하여 자발적으로 따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부르짖으면 내가 반드시 들을 것이다!’라고 약속하신다. 이것은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 직접 그들의 보호자가 되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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