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섭 목사(대대교회)

밤이 깊을수록 별빛 같은 교회를 꿈꾸다
별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요건 갖춘 순천만 … 청정한 창조세계 섭리를 깨달아

▲ 공학섭 목사(대대교회)

밤 9시가 되면 순천만 습지는 어둠의 세계로 변한다. 소등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생물들에게 안정적인 수면을 취하게 하려는 배려에서다. 밤이면 사람들만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습지에 사는 짱뚱어도, 새들도 잠을 자야 한다. 두 번째는 천문대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뜻에서다. 이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밤엔 불을 끄고 잠을 자는 것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다.

요즘 빛 공해라는 말을 사용하는 빈도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한 밤중 눈부신 조명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을 뿐 아니라, 쉼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분들 특히 수도권에 사는 이들은 별 보기도 어려워졌다. 도시의 밤은 불빛이 강한데다, 자동차 매연과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인하여 별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우리 교회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분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오! 별이 보인다.” 마치 딴 나라에서 온 것처럼 별이 보이는 것을 신기해한다. 감성이 풍부한 분들은 숙소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마당 가운데 선채로 별을 바라본다. 어떤 분들은 아예 작심한 듯이 잔디밭에 주저 앉아 별을 헤아리기도 한다. 순천만에 별 보러 온 것이 아닌데 뜻밖에 횡재라도 한 것처럼 기뻐한다.

▲ 아름다운 순천만의 별을 자세히 보려면 순천만천문대를 찾아가면 된다.(공학섭 목사 제공)

우리 교회는 별이 잘 보이는 곳에 있다. 정말 별 볼일이 많은 교회다. 순천만 습지에 천문대는 소등을 해도 주변상가들에서 켜놓은 네온 조명 때문에 별을 보는데 장애가 되지만, 우리 교회는 지대가 높은 곳에 자리한 덕택에 별 보기가 참 좋다. 별은 여름보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을에 잘 보이고, 가을보다 추운 겨울밤에 더 잘 보인다. 요즘엔 비오는 날이나 보름달이 뜬 날을 빼고는 일상으로 별을 보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별은 밤이 깊어갈수록 밝아지다가 새벽녘이 가까우면 더욱 또렷해진다. 특히 새벽기도회 시간대에는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별이 흔들리는 것 같고 곧 머리 위에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날에는 꽁지발을 하고 손을 쭉 뻗으면 별을 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 순천만천문대에서 관찰한 밤하늘의 풍경(사진출처:순천시청 순천만습지 홈페이지).

매일 밤, 매일 새벽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자동적으로 하늘이 눈에 들어오고 별들이 시야에 다가오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그리고 저절로 윤동주의 서시가 떠오른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리고 “저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하는 오래된 노래도 중얼거리곤 한다.

별을 보면 시와 노래만 아니라 성경 이야기도 떠오른다. 창세기 1장에 기록된 하나님께서 별들을 만드신 이야기, 또 창세기 15장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밤하늘의 별들을 보여주며 너의 허리에서 하늘의 별과 같이 많은 후손이 나오게 될 것이라 약속했던 말씀들이 기억난다. 다윗은 밤하늘에 달과 별들을 달아 놓으심에서, 밤에도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지속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달과 별들로 밤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 136:9)” 다니엘은 많은 사람을 옳은 대로 인도하는 사람은 하늘의 별처럼 빛나게 될 것을 바라보았다. 동방의 박사들은 별의 인도를 따라 예수님께 나아와 경배했다. 예수님은 마지막 심판의 날 달이 빛을 내지 않고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질 것을 예언하시기도 했다.

▲ 캄캄한 밤의 순천만 대대마을을 비추는 것은 작은 가로등 불빛뿐이다.(권남덕 기자 촬영)

낮에는 별을 볼 수 없다. 별은 밤에만 보인다. 그렇듯이 우리 인생길이 어둡고 캄캄할 때 우리의 믿음은 별빛처럼 빛이 난다. 인생의 밤길을 통과하고 있다면 어둔 밤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이 나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실 것을 기대해야 한다. 또 별의 수효를 헤아리시는 하나님께서 고통 중에 있는 자신의 아픔을 헤아려 주실 것을 믿어야 한다. “상처가 별이 된다”는 서양 격언도 있다.

순천만에 천문대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별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불빛이 적은 농촌지역인데다 공장은 구경도 할 수 없고 밤이면 자동차도 뜸해진다. 그러니 별이 잘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별이 잘 보이는지 그렇지 않는지는 그 지역의 청청지표가 된다. 수년 전 태국 산족들이 사는 마을에 선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정말 때 묻은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청정지역이었다. 밤이 되니 칠흑 같은 어두움만 가득하던 곳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 숙소 주변 마을길을 산책했을 때였다. 하늘이 별들로 꽉 찬 풍경이 보였다. 어찌나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는지 그 때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별이 잘 보이는 곳이 깨끗한 곳이며, 사람 살기도 좋은 곳이다.

▲ 해질 무렵 순천만의 고즈넉한 풍경. 소리가 잦아들고 인적도 사라지면 별이 뜰 준비를 한다.(권남덕 기자 촬영)
순천만 별빛 여행 팁
육안으로 보는 별구경도 좋다. 그러나 천문대를 이용하면 자세히 볼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순천만천문대를 이용하면 전문가의 해설이 따르고 직접 망원경으로 별을 볼 수도 있게 해준다. 천문대는 밤에 운영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특히 초승달일 때 별 보는 날을 계획하면 금상첨화다. 초승달과 별들이 어우러진 밤하늘을 바라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순천만 습지 입장권을 소유하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월요일은 휴무일임도 참고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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