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배임증재 혐의 대응 놓고 학교구성원 양분, 날선 공방 이어져
원우회 비상대책위 구성
김영우 총장의 배임증재 혐의로 촉발된 총신대학교의 내부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김영우 총장 사건을 두고 교수는 물론 학생들도 양분되어 서로를 비판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편목입학 문제까지 대두되며, 갈등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총신대 내부 갈등은 11월 2일 열린 총신신대원 원우회 임시총회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총신신대원 학생들은 △원우회장단 불신임 △비상대책위 구성 등 3가지 안건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김영우 총장의 배임증재 사건에 원우회장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며, 원우회장단을 해산시키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기 위해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한 것이다.
총장 사퇴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 학생은 “이 캠페인에 원우회장이 온 적이 없다. 원우회장이 총장님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불신임에 직면한 원우회장은 총장 사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총장의 금품 문제와 함께 사랑의교회에 연루된 교수님들에 대한 내용도 들어왔다. 그래서 총장 사퇴를 넘어서 총신이 갱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총신이 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총장도 교수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해 학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신대원 학생들은 일단 원우회장단 불신임 안건은 부결시켰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과시키고, 총장 배임증재 혐의와 관련한 대응은 비상대책위가 전담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갈등보다 더 심각한 것이 교수들의 갈등이다. 교수들은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주장하는 측과 사법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측으로 확실히 구분돼 있다.
총장의 배임증재 혐의만으로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수들은 오랫동안 총신에 몸담고 있는 중진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총장 사퇴를 주장하는 교수들은 처음 5명에서 19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반대해 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들은 총장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김영우 총장은 배임증재 혐의가 사실로 판결받으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립 과정에서 교수들은 서로를 총장 반대파와 지지파로 구분하고, 서로의 도덕성에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
교수들의 도덕성 문제를 언급하며 나온 사건이 오정현 목사 편목입학 문제이다. 원우회장이 “사랑의교회에 연루된 교수들”이 있다는 발언이 이것이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핵심 교수들이 사랑의교회와 연루됐다고 공격을 받고 있다.
총장 지지파로 분류되는 한 교수는 “총장 사퇴 운동을 벌이는 핵심 교수들은 사랑의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막대한 돈과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총장과 갈등이 있었는데, 오 목사의 편목 문제가 또 나오게 되니 이번 기회에 총장을 사퇴시키기로 작심한 것”이라며, 총장 배임증재 사건과 오정현 목사 편목 문제를 연결시켰다.
총신신대원은 오 목사의 편목입학 문제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지난 8월 24일 교수회의에 결과를 보고했다. 조사위원이었던 한 교수는 “교수회의에서 결과를 보고받고 규정대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난 10월 26일 교수회의에서 이에 대한 문제가 다시 나왔다.
하지만 이미 8월에 결론이 났고, 총장에게도 보고된 상태”라고 말했다. 어떻게 결론을 내렸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합동교단 최대 교회와 관련된 너무나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 법정에서도 논란이 일어날 사안이다. 내가 말할 수 없다”라며, 결론을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제출서류 미비로 입학무효 처리를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교수회의에서 오정현 목사의 편목입학에 대한 조사와 결론을 내렸고 ▲공식적으로 김영우 총장이 발표하기 전에는 결정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총신의 내부 상황은 이처럼 갈등이 깊고 복잡하다. 총신 스스로 내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총신 공동체가 이번 총장 배임증재 사건을 슬기롭게 해소하고, 서로에게 가한 상처를 용서하고 위로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